칠십은 고희라

일상 2014. 8. 24. 04:35

나에게 피할 수 없는 그날이 올 때까지

하루를 더 살 수 있으면 하루를 즐겁게

백년 광음, 칠십은 고희라.

급히 흐르는 세월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아라


到頭這一身, 難逃那一日. 

受用了一朝, 一朝便宜. 

百歲光陰, 七十者稀. 

急急流年, 滔滔逝水.


늘 웃는 막뚱이의 모습을 보면서,  엊그제 아침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 두 귀절만 기억이나서, 구글링해보니 "..원나라때의 잡극(雜劇) 작가인 관한경(關漢卿 1241~1320)의 산곡(散曲)중의 투곡(套曲, 套數)인 <쌍조(雙調) <교패아(喬牌兒)>>라는 작품에서 인용했다는군요.." 라고 나온다.


이 싯귀는 김용의 소설책에 나왔던 귀절이다. 

전체 중 마지막 부분이지만, 유독히 이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출근 중 아내에게 이 메시지를 했는데, 별무답 이었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나 보다


아마 아내와 아이들은 한 시간 후에 깨어날 것이고, 이제 난 점심 꺼리 잡으러, 맨리로 출발한다. 

오늘은 브림 몇 마리라도 낚아와야겠다. "즐겁게" 말이다.


세상사 돌아가는 일을 보니, 

인생살이 뜻대로 안되네. 

인간이 흥망을 억지로 만들려 하나, 

길(吉) 속에 흉(凶)이 있고, 흉속에 길이 있다네. 

世情推物理, 人生貴適意, 想人間造物搬興廢. 吉藏兇, 兇藏吉.

 

부귀영화는 어느 한 순간이다. 

해도 떴다가는 지고, 달도 차면 기우나니.

땅은 저 아래 동남까지, 하늘은 저 높이 서북까지, 

천지에 완전한 것은 없어라.

富貴那能長富貴? 日盈昃, 月滿虧蝕. 地下東南, 天高西北, 天地尙無完體.

 

찡그린 얼굴을 활짝 펴요, 싸움은 이제 그만.

오늘의 이 아리따운 얼굴 내일은 늙으리라.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을.

현명하고 우둔한 것, 가난하고 부유한 것을 상관할 필요가 없구나.

展放愁眉, 休爭閑氣. 今日容顔, 老於昨日. 古往今來, 盡須如此, 管他賢的愚的, 貧的和富的.

 

나에게 피할 수 없는 그날이 올 때까지

하루를 더 살 수 있으면 하루를 즐겁게,

백년 광음, 칠십은 고희라.

급히 흐르는 세월은 도도히 흐르는 물과 같아라!

到頭這一身, 難逃那一日. 受用了一朝, 一朝便宜. 百歲光陰, 七十者稀. 急急流年, 滔滔逝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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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걱정이야, 나 여기 잘 있어"

둘째 준승이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전화기 너머,외할머니의 말을 대충 짐작은 하겠다. 


장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이제 5살인 둘째가 그렇게 할머니의 마음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잠시 후, 거실로 나온 아내에게 주니의 말을 전해줬다. 아내 역시, 소리 없이 큰 미소로 장모님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아이의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이 더없이 예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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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일상 2014. 5. 10. 05:25

특히나, 주말 밤이면 더 그렇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집이 더 크게,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이 브리즈번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짙은 초록색 케이스가 참 예쁘다. 글렌피딕 싱글 몰트 12년산.

케이스를 몇 번 돌려보고 난 후, 양주잔을 기울였다.

나도 모르게 한숨 같은 소리가 나온다.

'쓰네'

크리스탈 양주잔 밑에 뽀로로와 크롱이 웃고 있다.그 모습을 한동안 의미없이 응시하다, 다시 한번 기울인다.

'.. 확실히 쓰네'


이런 날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창문 밖 달빛은 시리도록 환하다.


얼마나 지났을까,꺼져있는 티비 브라운관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알 수 없는 적막함이 집안 가득하다.

'뭐하고 있나'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 TvPad를 켰다.

영화, 드라마 이것 저것 놀러봐도, 5분을 넘기는 게 없다.


그러다, 제목이 특이한 걸 발견했다. 그 많은 드라마 리스트 중에, 제목이 가장 짧기도 하고, 흔하게 쓰이는 단어가 아니라 한번 더 호기심이 생겼다.

'밀회???'

그리고, 깊은 새벽에 접어들 때 까지,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참 잘 만들었다. 이런 예민한 주제를 이렇게 잘 풀어내다니, 작가도 연출도 대단한 솜씨다, 싶다.


사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주요 장면마다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었다.이 겨울 밤,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특히, 극중 선재가 받은 리히터( 극중에선 리흐테르로 나온다 )가 반가웠다.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내가 지니고 다니는 유일한 피아노곡이 바로 리히터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이다. 많은 클래식 연주가 카피되고 지워졌지만, 이 연주곡만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드물게 늦게 일어 난 일요일, 대충 준비한 아침을 먹다 아내와 전화통화를 한다.

지금 뭐하고 있냐는 물음에, '드라마 밀회 보고 있다' 하니, 참 의외이고 재밌다는 듯이 '그렇게 재밌냐'고 묻는다, 날아갈듯이 가벼운 웃음과 함께.

아내는 이 드라마를 들은 적은 있어도, 보지는 않았나 보다. 

한번 봐 보라고 했다, 사실 아내가 어떻게 느낄지도 무척 궁금하다.


그렇게 지난 주말 사이 12화를 전부 봤다, 아마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한번 더 포스팅할 기회가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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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재배

일상 2014. 5. 3. 16:57

그 꽃다운 아이들의 사연을 하나 하나 접할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더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소식이지만, 하나 하나 열어서 새겨넣을 수 밖에 없다.

이 만리타향에서 할 수 있는 건 분향 하고 절을 올리는 일 밖에 없구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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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

일상 2014. 4. 12. 17:36

"다시 오긴 올거냐" 라는 물음에, 아내가 웃음 띤 목소리로 "갈꺼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이길,

"근데 수금이 잘 안되네" 라면서 아주 즐거운 웃음소리농담을 건넨다.

아내의 유머 감각이 톡톡 튀는 거 보니,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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